로그/풍요와 쇄락의 땅

또 한 명의 붉은 신부

—-. 2021. 8. 21. 17:46

“부의 말대로… 이대로는 휠라흘은 사라질거에요.”

사르나이는 조용히 말한다. 사르나이는 게르에서 오래 고민하였다. 아주, 오래 고민하였다. 어두운 그림자속에서 머리를 박고 생각하였다. 휠라흘이 살아갈 방법에 대해. 

휠라흘은 전통적이고 단일한 생활방식을 고수해왔다. 다른 마을과 나라를 약탈하고, 여름에는 우유를 마시고, 겨울에는 고기를 먹으며 이동했다. 이 땅에서는 그것이 최적의 방법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휠라흘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사르나이는 변화에 대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생각하였다. 

 

사르나이는 아직 휠라흘 전체에는 말하지 못한 결심을 세웠다. 그 결심을 지금 밝힐 생각은 없었지만, 부는 떠나가는 사람. 지금 듣지 못하면 한참 후에나 듣게 되지 않겠는가. 

 

“그럼 이건, 부에게만 말하는 비밀입니다.”

사르나이는 두 손으로 나팔을 만들었다. 사르나이는 잠시 멈칫하였다. 어릴적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는, 유소년도 안 되는 나이로 날이 선 화살이나 칼 하나도 받지 못하고 휠라흘을 뛰어다닐 때는 곧잘 이렇게 부에게 비밀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당시에는 아주 중대한 이야기였다; 오늘치 활쏘기 연습을 빼먹었다, 내 생각에는 테르비쉬가 바타르보다 더 커지는 일은 테르비쉬가 100살의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 까지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아주 소소한 이야기하였다. 지금 하는 이 이야기도, 언젠가는 그저 소소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사르나이는 작은 목소리로 부에게 속삭인다. 

“저는 다른 부족의 총각과 결혼할 거에요.”

아마 다른 부족의 또래에 자신처럼 족장이거나, 족장의 혈육인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과 혼인을 하면 휠라흘은 강대해질 것이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의 휠라흘 사람들은 연애혼을 하였다. 사르나이는 역행하였다. 그것이 사르나이가 부족을 사랑하는 방식이었고, 부족을 이끄는 방식이었다. 결혼을 통해 강력한 연맹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휠라흘의 족장 사르나이가 세운 가시의 출정을 허하노라.”

사르나이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망설임이나 걱정은 전혀 없는 환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 밝게 빛나는 해에 머리카락이 빨간 장미처럼 반짝였다. 

 

“대신 부는 제 결혼을 미리 축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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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은 특정 성별의 지칭이 아닌 ‘젊은이’의 의미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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