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평생을 바람과 함께하게 된다. 그러기에 동경한다. 절대로 알 수 없는 존재가,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 까지 옆에 있으나 영원히 잡힐 수 없는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테르비쉬를 매료시켰다. 활을 쏠 때면 더 했다. 바람의 방향, 세기, 온도를 느끼며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화살이 날아갈 방향을 가늠했다.
쏘아올린 화살은 하필이면 마침 날아든 바람에 불안정했다. 예끼, 살도 가을이 오는 것을 아는 게지? 살에게인지, 자기자신에게인지 그 청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농담을 하며 테르비쉬는 화살이 날아가는 꽂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람이 불며 초원의 갈색 풀들이 흔들렸다. 흰 머리카락이 나부끼는 모습은 구름이 바람에 등쌀이 밀려 움직이는 모습과 비슷했다. 앞으로도 살을 쏘아 사람을 잡고, 짐승을 잡아야 할 것이다. 테르비쉬도 언제 화살을 맞을지 모른다. 이상하게도 화살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두려운 것을 꼽으라면, 정체를 알 수 없이 쉼 없이 머무르는 바람. 그래, 가을 바람. 눈폭풍을 가져올 수 있는 이 바람, 자연. 대지. 언젠가는 그들의 품으로 돌아가리. 그 안이 바라던 대로 아늑하다면, 휠라흘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눈을 부릅 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