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풍요와 쇄락의 땅

활쏘기

—-. 2021. 8. 20. 17:07

활은 안 쏴 버릇 하면 감이 떨어져 오히려 못 하게 된다 하여, 테르비쉬는 전쟁은 안 나간지 몇 년이 되었지만 활쏘기는 허투루하지 않았다. 휠라흘의 웃음 소리와 음악소리, 춤사위 속에서 활과 화살을 들어 쏜다. 수백, 수천번을 평생 해온 동작이라 습관으로 굳어진 활쏘기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웠다. 다만, 젊을 때 처럼 강한 활은 아닌지라 아쉬울 따름이다. 과녁이 멀어 제대로 맞았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옆에서 박수를 치는 아이들을 보니 맞긴 맞았는갑지. 활과 화살통을 내려놓고 테르비쉬는 박수 치는 아이를 안아 올린다. 이 또한 습관이 되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아가들아, 밥 안 먹고 여서 뭣 허나.”

테르비쉬가 묻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밥은 다 먹었어요! 이제 활쏘고 놀거에요.”

“고놈들, 활쏘기가 놀이냐?”

킬킬 웃으며 테르비쉬는 옆에 선 아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바람이 불며 아이들의 머리카락과 함께 테르비쉬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구름처럼 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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