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풍요와 쇄락의 땅

잊혀진 것들 사이에 우뚝 솟은 것은

—-. 2021. 8. 18. 22:13

BGM: 

 

 

“어여쁜 사람들은 자기가 어여쁜줄 모른다 하오.”

 내 눈에는 언니가 제일 이뻤소예. 우리 어렸을 짝에는 우리 또래 애들이 참 많었어요잉. 그 중에 다른 사람도 아닌 라즈흐 바타르, 언니가 가장 사랑스러워서, 언니한테 시집가고 싶다고 어렸을 때 부터 그렇게 소원을 빌었어야. 언니는 결혼할 맘이 없는 것을 아믄서도 꿈을 포기를 못허니 맨날 그렇게 말하고 다녔어요. 별이 떨어지면 그 별을 찾으려고 풀을 헤치고,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따라 달리며 별에게, 바람에게 물었어야. 나이를 몇이나 더 먹으면 언니보다 키가 커져서, 언니가 나를 사랑해주게 되냐고. 커다란 사슴도 혼자 잡을 수 있을 만큼 키가 커지면 언니가 나랑, 결혼해 주냐고. 

 

 언니야, 내는 언니가 내가 키가 크면 결혼해줄 생각이 아니라 그냥 결혼하기 싫어서 그런 소리 한 거 다 안다요. 그래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기는, 지금은 언니보다 키가 크든 작든 언니가 나 사랑해주는 걸 확신할 수 있어야. 언니가 하나뿐인 팔로 안아주면 산이 나를 두른 것 같고, 언니가 내 이름을 부르면 별이 노래를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언니가 처음 손 내민 날을 다 기억허요. 하늘이 무슨 빛깔이었는지, 바람에 언니 머리카락이 어떻게 날렸는지, 언니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무슨 날씨였는지도 다 기억이 난당께요. 내 형제들이, 특히 내 쌍둥이 형 고놈자슥은 그걸 가지고 죽기 직전까지 어찌나 놀렸는지 몰라요잉. 놀려도 어쩔 수 없어요. 사랑허는 마음은 숨겨두려고 해도 시위 묶으려고 하면 튕기는 활처럼 자꾸만 이렇게 얼굴로, 손으로, 눈빛을 통해서 튀어 나와부려요. 

 

“나는 언니가 다 좋아요.”

 테르비쉬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진짜 언니가 다 좋아요. 언니와 함께 걸으며 느낀 시간이 피부를 타고 흐르는 감각이나, 언니가 입맞춰줄 때의 촉각, 언니와 함께 본 꽃들의 향기가 좋아요. 언니와 함께 앉은 자리는 대칸(왕)이 자기 금은보석과 말을 다 준다 허도 못 내준다요. 

 

“그라믄 나는 홀라당 가이렝게 품으로 가뿔지 않고 입구에서 기다릴터니까, 늦장부리거나 길을 잃지 말고 나 보러 빨리 오셔야혀요.” 

 그래야 다시 태어나면 또 언니랑 결혼하지 않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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