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비쉬는 때때로 바타르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별이 빛나는 밤이면 더욱 그랬다. 일찍 자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어기고 몰래 게르 밖으로 나와 놀아달라고, 데이트 해달라고 바타르에게 조르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달빛으로 모든 사물의 표면이 은빛으로 빛나는 그런 밤에 꽃을 엮으며 통나무에 앉아 발을 흔들거나, 언제쯤이면 당신보다 커져서 결혼을 할 지 손꼽아 기다리던 그런 시절이.
바타르는 테르비쉬를 때때로 몇 십 년 전 결혼도 하기 전의 어린아이를 대하듯 달래주거나 장난을 치고는 했고, 테르비쉬는 그럴 때 마다 그 때로 돌아간 듯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래오래 지내면 다 익숙해지고 애인이 아니라 친구 같아진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으나, 그 이야기는 아마 테르비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그라먼 떡이라고 생각하고 뽀뽀도 함 허주셔이요.”
테르비쉬는 자기가 나름 용기내어 말해놓고 얼굴로 피가 쏠리는 것을 느껴 오른손등으로 자신의 볼을 눌렀다. 가린다면 바타르가 선 왼쪽을 가려야겠다마, 테르비쉬는 놀라거나 당황하면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를 쉽게 잃었다.
“그라도 누나랑 놀 시간은 충분허니까요.”
하고 대답하는 그의 얼굴에는 꿩이 마음에 든 기색인 당신을 향한 설렘과 기쁨이 담겨 있었다. 웃음만은 몇 십년 전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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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볼에만 해 주겠느냐.
볼에 해 주는 입맞춤은 친애. 입술에 해 주는 입맞춤은 애정. 머리카락에 해 주는 입맞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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