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풍요와 쇄락의 땅

테르비쉬 다쉬티에게

—-. 2021. 7. 31. 17:04


“말도 이쁘게 잘 혀.”
툴툴툴, 누가 들으면 왜 애를 비웃냐고 한 마디 할 법한 말투였다. 그러나 말하는 내용에는, 그리고 눈빛에는 다쉬티를 향한 잔잔한 애정과 곧은 믿음이 담겨 있었다.

테르비쉬는 겨울같은 이였다. 대지가 얼어붙기 전에 단단히 발을 땅에 디디고 서서 뿌리를 깊게 내리고, 낙엽을 하나 둘 잃은 사람처럼 흔들리지 않고 잘 변화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보면 늘 활짝 웃는 이 봄 같은 다쉬티의 노랫소리나, 손길에 얼음이 녹듯 심장에 피가 흘렀다. 테르비쉬는 계절을 맞이하였다.

물방울이 떨어지면 초원의 여린 잎사귀에 다시 튀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옷 끝을 적셨다.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떨어졌고, 그 물로 봄의 초원은 생명을 담뿍 머금었다. 새들은 너의 웃음 소리처럼 지저귀고, 햇빛은 너의 머리카락을 연한 갈색으로 물들일 것이다. 나는 네 손을 잡고 또 봄 이사를 갈 것이다.

여름에는 남쪽으로 내려와 서로 뿔을 들이받는 양들을 말리고, 털을 깎고, 고양이가 새끼를 낳으면 이름을 지어주었다. 양털냄새가 옷에 밴다. 새끼 말에게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법이나, 무기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말들은 귀찮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금방 배울 것이다.

가을이 오면 낙타의 털을 빗어주고, 초원에서 손톱만큼 나는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열매, 씨앗의 껍질을 벗겨 빻아 또 특식을 만든다. 넘어져서 다친 말의 무릎을 치료해주고, 게르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오는 음식 냄새를 맡고 오늘 저녁밥 메뉴를 맞춘다. 헐거워진 의족의 나사를 다시 조이다가 네가 부르는 소리에 응답한다.

그리고 겨율이 오면 하얀 눈, 차가운 바람, 눈부신 세계를 만끽한다. 신년을 기념하며 만두를 빚고, 나무에서 떨어진 눈에 머리를 맞아서 네 머리도 나처럼 하얗게 센다. 빨갛게 언 손에 하얀 입길을 불어주면, 너는 또 좋다고, 고맙다고 웃는다.

테르비쉬에게 다쉬티는 사계절, 1년, 그리고 새로운 시작과도 같은 존재였다. 저는 애를 낳거나 키울 자신이 없더라고, 어릴 적의 테르비쉬는 자주 그렇게 본인의 어머니에게 호소하고는 했다. 그러나 바람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아이와 함께 지내는 것에는 부담이나 책임감과 함께 뿌듯함과 따스함이 있었다. 테르비쉬는 만약 자신에게 끝이 온다면 그 때 자신을 맞이할 것은 너의 울음소리나 비명이 아니라, 함께 먹는 고소한 과자의 맛이나 같이 짜던 천의 화려한 무늬일 것임을 직감했다.

테르비쉬의 손녀 다쉬티가 잡아주는 손을 테르비쉬는 마주 꼭 잡았다.

“다쉬티야, 가이렝게의 안식이 나를 부르는 것 같거든. 그런데 꼭 네가 다시 손을 잡는 것 같구나. 그렇게까지 일찍 가버릴 필요는 없다고, 나는 여전히 여기에도 속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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