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풍요와 쇄락의 땅

바람에 구름 밀리듯

—-. 2021. 7. 25. 23:00


테르비쉬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다시 닫았다. 테르비쉬는 고개를 숙였다. 곱슬거리는 하이얀 머리카락이 강물처럼 흘러내려 얼굴을 가렸다. 거짓말이라도 괜찮다면 알겠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와 친절로 솔직하게 순수한 애정을 표현하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기란, 죄책감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고개를 숙이니 신발 대신 자리한 금속 의족과 손가락이 부족한 왼손이 눈에 들어왔다. 괜히 다친 것이 아니다. 약속을 책임 질 자신이 없었다.

“약속이란 게 생각보다 어렵구나.”
눈매는 어쩔 수 없다. 고개를 숙이고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어떻게 보면 비웃는 듯한, 혹은 여유를 부리는 듯한 눈매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그 눈매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면 입 모양에 근심이 그대로 내비칠 터였다.

테르비쉬는 다쉬티가 다치기를 바라지 않는 만큼, 다쉬티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쉬티가 근심하지 않기를 바랬다. 너무 많은 바람인가. 자기는 쉽게 약속하지 못하면서, 바람이 과하다. 그래, 바람이 부는 게야, 다쉬티. 멈춘 내 게르에 이렇게 바람이 많아졌구나. 그 폭풍에 떠밀려 가고 있단다, 다쉬티야.

“부모는 자식 못 이긴다더니, 할머니도 손녀는 못 이기겠구나.”

지인 커미션

'로그 > 풍요와 쇄락의 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이 아름답네요  (0) 2021.07.31
테르비쉬 다쉬티에게  (0) 2021.07.31
산책  (0) 2021.07.25
чи бол миний ач охин  (0) 2021.07.24
휠라흘  (0) 202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