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소재: 죽음, 폭력, 살해
검은 든 블라썸 아게이트의 손이 잘게 떨리며 달그락 소리가 났다. 장갑을 꼈음에도 팔이 떨려 소리를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을 눈치 챈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겁이 나?”
“네.”
블라썸 아게이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검을 두 손으로 단단히 쥐며 대답했다. 영원한 죽음이라는 건 뭘까.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 영원히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 당신의 소망을 이루어주고 싶다.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
“괜찮아, 너는 용기 있는 아이잖아.”
“...제가요?”
“그럼. 그리고 다정하기까지 하지.”
“죽음을 앞두면 원래 이렇게 칭찬을 많이 하게 되나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의 말 덕분에 긴장이 조금은 풀린 듯 블라썸 아게이트는 살짝 웃었다.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좋은 말을 많이 들려주고 가고 싶어서.”
“나쁘지 않아요. 아니, 좋아요. 마지막이니까 바닷가를 잠시 걷지 않을래요?”
“좋지.”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와 블라썸 아게이트는 바닷가를 함께 거닐었다. 하얀 눈 위로 2명 분의 발자국이 점점이 찍혔다. 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죽음의 앞에서 두 보석은 고요해졌고, 그 고요함은 차분한 파도 소리가 천천히 메웠다.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의 삶은 어땠어요?”
“아름다웠어. 따스하고 즐겁고, 부드럽고 푹신하고 반짝이는 시간들이었어.“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는 소중한 추억들을 생각했다. 보석들과 함께한 순간 하나하나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듯이 머릿속에서 흘러 지나갔다. 그 순간 하나하나가 너무 찬란해 그 삶의 상실이 거대한 슬픔이 되어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의 삶에 달라붙었다. 그렇기에, 더욱이 그래서,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는 죽음을 원했다.
블라썸 아게이트는 멈추어 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아니! 이제 후회는 없어. 더 이상 남길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전에 다 잔뜩 해 놨어.”
바이올렛 다이아몬드는 웃어 보였다. 바닷바람이 불어왔다. 설원의 차가운 바람에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의 보랏빛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흩날렸다. 바이올렛 다이아몬드의 환한 미소가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다. 블라썸 아게이트의 검날의 끝이 그에게 닿는 순간까지도.